명당 7곳을 품었다는 칠갑산은 산세가 험해 ‘충남의 알프스’라고 불린다. 알프스마을은 칠갑산의 동쪽 품에 자리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알프스란 이름처럼 눈과 얼음 가득한 겨울 왕국으로 변신하는데, 이때 칠갑산얼음분수축제(2022년 1월 1일~2월 13일)가 열린다. 얼음 분수와 눈 조각 같은 볼거리, 눈썰매와 얼음썰매, 깡통기차 등 놀 거리가 가득하다. 꼬맹이들은 썰매장을 떠날 줄 모르고, 아이보다 신나게 노는 어른도 많다. 주민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차린 건강식, 장작불에 직접 구워 먹는 군밤과 군고구마 등 주전부리도 별미다.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
알프스마을 주차장은 평일에도 차량으로 가득하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부분이고, 젊은 연인들도 꽤 많다. 알프스마을은 2008년 처음으로 칠갑산얼음분수축제를 개최했다. 겨울 놀이를 즐기는 알찬 축제로 입소문이 나,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개장은 오후 6~8시(주말 9시까지)다.
축제장 입구의 얼음 분수는 인기 포토 존이다.
매표소 입구가 너른 공터다. 마을의 사무실, 카페, 식당 등이 모여 있다. 공터 가운데 장작불을 때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축제장으로 입장하려면 KF94 마스크를 꼭 써야 할 정도로 방역이 철저하다.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얼음 분수가 반긴다.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그대로 얼어붙은 형상이다. 대개 사람들은 여기서 기념 촬영한다.
각 대륙의 상징물을 조각한 오대륙 눈 조각
얼음 분수를 지나면 2022년 임인년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뽀로로 캐릭터 눈 조각이 나온다. 그 옆에는 오대륙과 팔도강산 눈 조각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힘든 시기라 미국 자유의여신상, 브라질 코르코바도 구원의예수상, 이탈리아 피사의사탑,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등을 새겼다. 반대편에는 서울 남산타워, 부산 광안대교, 강원도 감자, 경기도 수원화성, 경상도 하회탈, 전라도 광한루, 제주도 돌하르방 등 국내 팔도강산의 상징물을 조각했다.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이글루
팔도강산 옆에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의 눈 조각과 이글루가 있다. 이글루 앞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투명하게 빛나는 이글루 안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얼음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 남기기는 필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내 봅슬레이장
눈 조각을 지나면 아이들을 위한 썰매장이 나온다. 난도가 낮은 눈썰매장과 실내 봅슬레이장이 있다. 봅슬레이장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아이들보다 신난 엄마와 아빠도 많다. 메인 썰매장은 조금 위쪽에 있다. 메인 썰매장 앞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캐릭터를 한창 만드는 중이다. 알프스마을 황준환 대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콘텐츠의 캐릭터를 조각한다고 한다. 2021년에는 ‘테스형!’을 부르는 가수 나훈아를 조각했고, 올해는 새로운 한류를 일으킨 OTT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뽑았다.
아이와 어른 모두 신나게 노는 얼음썰매
메인 썰매장에 들어서면 대규모 놀이동산에 온 느낌이다. 눈썰매장이 상급과 중급으로 나뉘고, 봅슬레이장도 있다. 거대한 얼음판에서 아이와 어른이 뒤섞여 썰매를 탄다. 미끄러져 넘어져도 깔깔 웃는 엄마와 아이가 신났다.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깡통기차
메인 썰매장 건너편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 단지가 있다. 펜션 앞 공터에서 깡통기차가 운행하고,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다. 트랙터에 연결한 깡통 모양 좌석 때문에 깡통기차라 불리는데, 인기가 좋다. 깡통기차는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꼬리를 잡듯 원을 그리면서 운행을 마무리한다.
장작불에 직접 구워 먹는 군밤이 일품이다.
한참 놀다 보면 출출해지게 마련이다. 군밤은 직접 구워 먹어야 한다. 긴 막대와 연결된 철망 위에 밤이 놓였다. 철망을 장작불에 넣어 밤을 굽는다. 수시로 뒤집어야 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 가족이 알콩달콩 군밤을 까먹는다. 군고구마는 너도나도 사 먹는다. 마을에서 농사지은 호박고구마가 한 봉지에 5000원인데, 양이 많다. 주전부리까지 하면 알프스마을을 거의 다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알프스마을 지척에 천장호가 있다. 천장호는 칠갑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호수 가운데쯤 천장호출렁다리가 있다. 길이 207m 출렁다리는 청양 특산물 고추와 구기자 모양이 눈에 띄는 높이 16m 주탑이 압권이다. 살짝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면 산책로와 칠갑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호숫가에 이어진 덱 로드를 따라 황룡정까지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지키는 장곡사 전경
천장호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장곡사가 있다. 850년(신라 문성왕 12)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했다고 알려진 장곡사는 대웅전이 두 개인 사찰로 유명하다. 장곡사에서 유심히 볼 것은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이다. 하대웅전(보물)에는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상대웅전(보물)에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및 석조대좌(보물)와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국보) 등이 있다. 불상은 한결같이 한쪽 눈이 올라가고 살짝 졸린 듯한 표정이다.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인간미가 물씬 느껴진다.
우산성 청룡정에서 바라본 청양읍
우산성(충남기념물)은 청양읍의 주산인 우성산에 있는 백제 시대 석축 산성이다. 산 정상 일대에 둘레 약 965m로 쌓았으며, 주민이 산책 코스로 이용한다. 칼바위광장을 출발점으로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잣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지고, 능선에는 날카로운 바위가 흩어져 있다. 청룡정에서 청양읍을 조망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댓글 영역